미국 노동시장이 예상을 깨고 약세를 보이면서 경기 전환의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지난 2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9만 2천 명 감소했으며, 이는 5만 명 증가 예상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실업률은 4.3%에서 4.4%로 상승했다. 한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 2.4% 수준에서 안정적이어서, 경기 둔화가 예상됐던 물가 완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매리 델리 총재도 이번 고용 통계가 금리 결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인정했으며, 워시 의장은 초기 예상보다 훨씬 좁아진 정책 폭을 헤쳐나가야 한다.
지정학적 긴장은 가계 예산과 시장 심리를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미-이란 분쟁 심화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했다. 휘발유 가격은 단 한 달 만에 21% 급등해 202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에너지 가격 상승은 모기지 금리와 소비자 구매력까지 잠식하고 있다. 높아진 에너지 가격과 견고한 핵심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경기 둔화와 물가 압력이 함께 나타나는 정책 입안자들이 가장 피하고 싶던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다.
재정 상황은 다소 긍정적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이를 상쇄하기에는 부족하다. 2월 누적 기준 연방 적자는 1조 40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2% 개선된 수치다. 정부 지출이 높은 상황에서도 재정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지만, 이는 악화되는 노동시장과 지정학적 에너지 충격으로 인한 영향을 상쇄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현 시점에서 인플레이션을 부활시키지 않으면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칠 여지는 극히 제한적이다.
워시 의장이 직면한 과제는 진정한 정책의 딜레마다. 전통적인 금리 인하는 침체하는 고용을 지탱할 수 있지만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와중에 인플레이션을 다시 가속할 위험이 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유지하면 고용 감소와 성장 약화가 심화될 수 있다. 이러한 선택의 기로는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시대를 연상시키며, 당시처럼 부양책과 긴축책 모두가 경제적으로 고통을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이 중요한 이유는 연방준비제도가 노동시장 약세 국면에서 소프트랜딩을 추진할 수 있는 여지가 급속도로 좁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고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가계는 고용 창출이 멈춘 상황에서 구매력 하락을 감당해야 한다. 시장도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동시에 재평가하면서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와 정책 입안자 모두에게 전통적 정책 수단의 유효성이 빠르게 소진되는 중이다.